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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후 생존자들이 서울의 한 아파트로 모이면서 극단적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붕괴된 사회에서 개인의 이기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집단이기주의의 관점으로 영화를 들여다보려 한다.
1.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
대지진으로 모두가 붕괴된 상황에서 아파트 하나가 유일하게 남겨졌다. 이 영화는 극단적인 상황의 콘크리트 아파트 숲 속에서 사람들이 이상적인 사회를 찾고자 하는 욕구를 담은 작품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를 꿈꾸고 창조하려는 본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그 이상적인 사회를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희생하거나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도덕적 선택을 하라고 강요당한다. 하지만 각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다른 집단과 문제를 타협하고 조율하기보다는 경쟁을 벌이며 그들의 욕망은 사회적 도덕성과 충돌한다. 집단 이기주의는 사회적 불균형과 갈등을 유발하고 이상적인 사회의 파괴를 초래한다. 이런 이기주의는 집단 간의 갈등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 내부에서도 발견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목적이나 가치를 무시하며 다른 이들을 배신하거나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동들은 개인 간의 관계를 파괴하고 상호 신뢰를 훼손하며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극한의 상황 속 자기 보존과 집단의 안녕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으로 이 영화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들을 보여주며 도덕적 선택과 희생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2. 아파트, 숨겨진 계급과 사회권력의 역학
재난 속에서 파괴되지 않은 그 곳에서 사람들은 이상적인 사회를 만드려고 한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자원, 체력, 카리스마와 같은 요소들을 기반으로 계층이 나뉘게 되고, 개인들은 지배와 통제를 위해 경쟁하게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들의 권한을 남용하고 집단 내의 불평등과 불공정은 끝이 없다. 권력 다툼은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영화는 이러한 혼돈과 황폐 속에서 인물들의 다양한 행동을 통해 인간관계를 탐색한다. 극단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다. 각자의 희생정신은 사실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과 동기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고 윤리적으로 타협하게 하는 순간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간도 사실은 현실에서도 계층을 나누는 도구이다. 아파트가 지배하는 한국, 어린아이들끼리도 살고 있는 아파트로 계급을 나눈다. 내 집 마련과 집값으로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현대 한국인들의 인식이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곳이 바로 아파트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인 지도자들부터 생존하기 위해 싸우는 취약한 개인들까지 아파트라는 같은 공간 속에 모여사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비도덕적이지만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은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3. 희망은 유토피아를 만들어 낼 것인가
주인공 명화는 간호사라는 이유로 아파트 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희생정신은 사실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명화의 남편 민성의 희생은 아내를 향해 있다는 점이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런 명화는 집단 이익을 위해 윤리적 일탈을 일 삼는 아파트 방범대에 관여하는 민상이 탐탁지 않다. 개인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비도덕적 선택을 하지 않길 바라는 이상주의자이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이 받고 있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고 시스템의 잘못만을 폭로하는 인물로 비치기도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명화의 캐릭터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희망을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명화는 질문을 던짐으로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며 그것이 희망이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영화의 엔딩에서 민성이 죽은 후 명화는 외부인들에 의해 구조되어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곳은 갈등이나 다툼 없이 협력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조금은 더 유토피아 같아 보인다.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과연 진짜 유토피아를 꾸려 나갈 수 있을까? 인간의 어두운 면의 본성이 또 다른 디스토피아를 만들지 않을지 의문을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