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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란다스의 개 BARKING DOGS NEVER BITE

     

    영화 기생충으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도 처음부터 스타였던 것은 아닙니다. 그의 첫 장편 영화는 플란다스의 개라는 작품이며 영어 제목은 BARKING DOGS NEVER BITES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 후 봉준호 감독의 눈부신 발전의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전조가 되는 이 작품을 복잡한 사회 계층과 블랙코미디의 요소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1. 사회 계층의 복잡성

    대학 강사인 주인공 고윤주는 거슬리는 개소리의 진원지를 찾다가 강아지 한마리와 만나게 됩니다. 그는 강아지를 죽이지는 못하고 아파트 지하실에 가두어버립니다. 아파트에는 실종된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가 붙습니다. 하지만 성가신 개소리는 아래집 할머니가 키우는 치와와였고 고윤주는 그 개를 옥상에서 던져 죽여버립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사건과 인물들은 도시 생활에서 누구나 한번 쯤은 겪을 만한 흔한 일상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이  어린 시절 아파트 옥상에서 죽은 강아지를 본 경험에서 내용을 착안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것을 보며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알려줍니다. 절망에 빠진 대학 강사부터 열심히 살아가는 청소부까지, 봉준호 감독은 부유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극명한 대조를 그리며 사회 계급 구조를 파고듭니다. 각 인물간의 갈등과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미묘한 뉘앙스와 은유를 통해 자신의 특권과 편견을 돌아보게 합니다. 고윤주를 비롯한 주인공들부터 주변 인물들까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은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봉준호 감독은 특유의 뉘앙스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가 흔히 겪는 사회 불평등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2.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를 유머와 적절하게 조화시켜 관객들이 문제에 어렵지 않게 접근하도록 합니다. 주인공들이 아파트 복도를 달리며 추격하는 장면은 만화같은 재미를 줍니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과장된 액션은 영화를 경쾌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만들어 줍니다. 반면 아파트 지하실의 보일러 아저씨가 나오는 장면은 이질적이고 음침하여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이 개를 죽이고 그 것으로 보신탕을 만들어 여유롭게 식사하는 장면은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미묘한 사회적 풍자를 영화에 주입하여 유머러스한 대사들을 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는 일상을 다루면서 그 속에 숨겨진 비일상성 슬픔 속에 숨겨진 기쁨과 같은 삶의 이중성을 파고드는 오락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만의 탁월한 연출 감각은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줍니다. 

     

     

    3. 세계적 영화 기생충의 전조가 되다

    플란다스의 개는 당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시작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특유의 영화 감각을 그대로 엿볼수 있어 20년 후 세계를 흔들어 놓은 기생충을 비롯해 많은 봉준호 감독의 걸작들의 무대를 마련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나오는 많은 요소들이 기생충과 닮아 있습니다. 사회 계층과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은 영화 기생충에서 더욱 극명하게 표현되어 한국 사회에 만연하게 깔려있는 불평등을 폭로합니다. 지하실과 관련된 기발한 아이디어 또한 플란다스의 개와 기생충에서 공통적으로 계급 분열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보여준 기발한 캐릭터를 사용한 내러티브와 블랙 코미디의 성향은 기생충에서 더욱 세련되게 나타납니다. 데뷔작에서도 보여지는 봉준호 감독만의 세심한 디테일의 표현과 시각적 스토리텔링은 기생충에서 완벽한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표현해내는 미묘한 상징주의와 은유적 표현들은 계급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게 되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에 대한 비판적인 묘사를 했다면 기생충에서는 복잡한 계층 분열을 더 깊게 파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봉준호 감독이 계속 만들어온 작품들의 일관된 주제와 스타일은 갈수록 진화해 왔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획기적 작품으로 칭송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라는 숨겨진 보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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