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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타임 리프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작품은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입니다. 한국에서 2007년도에 개봉하여 이미 20년이 가까이 되었지만 마지막 장면의 여운과 OST 음악들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어느 여름날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듯한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1. 되돌리고픈 청춘의 한 페이지를 떠오르게 하는 영화

    고등학생인 마코토 치아키 고스케는 단짝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방과후 야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미래 계획 같은 진지한 주제도 시시껄렁한 농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청소년들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마코토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그날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듯이 흘러가는 하루에 불운한 사고까지 당하려는 찰나 마코토는 자신에게 타임리프 능력이 생긴 것을 알게 됩니다. 마코토는 새로 생긴 능력으로 점수가 나빴던 시험을 다시 본다거나 노래방 시간을 자꾸 늘린다거나 좋아하는 반찬을 계속 먹기 위해 시간을 돌리게 됩니다. 치아키에게 들은 고백조차도 없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마코토의 모습은 큰 걱정이 없던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던 우리의 학창 시절 모습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시절은 순간이 즐거우면 그걸로 행복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는 마코토에게 이모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넵니다. "네가 행복한 만큼 불행한 사람도 있겠지?" 마코토가 자신을 위해 되돌린 시간들로 인해 조금씩 다른 친구들에게 안 좋은 일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마저 마코토는 타임 리프 능력으로 해결하려고 했고 일은 더 꼬여만 갑니다. 그 속에서 마코토는 또 다른 선택을 하여야 합니다. 치아키 역시 시간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래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을 보기 위해서 그 그림이 존재하는 과거로 온 것입니다. 그런 치아키가 돌아갔어야 했는데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과정을 통해 친구들과의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일 상 속에 스쳐지나가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이 지니는 의미를 알려줍니다. 그 순간 속에서 청춘들의 우정 성장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 평범하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2. 미래에서 기다린다는 마지막 장면

    이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이 남았던 이유는 아마도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색함이 싫어서 치아키가 한 고백들을 타임 리프로 없는 것들로 만들어버린 마코토는 수차례의 시간 여행을 거쳐 자신도 치아키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마코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아키는 시간을 돌아 돌아 다시 자신이 왔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치아키가 미래에서 기다릴게라고 말하는 장면은 모두의 숨을 멎게 하였습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그 순간 극장에 감돈 공기와 분위기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끝났음에도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을 만큼 그 장면은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헤어져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현재 시간을 떠나지만 마코토를 기다리겠다는 약속의 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 말이 주는 희망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렘으로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금방 갈게, 뛰어갈게라고 대답하는 마코토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직접적으로 서로를 만나게 되지 않을 테지만 열심히 현실을 살아가겠다는 마코토의 다짐이라고 생각됩니다. 치아키가 떠나간 후 고스케에게 마코토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치아키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그림의 복원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 그림을 통해 마코토와 치아키는 서로 만나게 되겠죠.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이 영화를 보니 그렇게 설레던 그 장면이 어른이 되고 나니 너무 마음 아프게 느껴지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3. 감성적인 OST 음악의 여운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시간을 넘나드는 마코토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도 훌륭하지만 OST 음악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전체적으로 피아노 곡들로 채워져 기억 속 여름날 한때를 추억하는 아련한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음악이 가지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이 영화를 본 후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 제 1변주를 들을 때마다 마코토가 시간을 달리는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나오는 곡 "가넷"은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큰 인상을 남깁니다. "좋아한다는 그 감정을 잘 알지 못해서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 시간이 그 의미를 나에게 가르쳐 주었지"라는 가사는 특히 치아키를 미래로 보내고 난 후 마코토의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치아키가 미래에서 기다릴께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 이후에 듣는 이 곡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언젠가는 기억해내지 못하게 되더라도 다시 오지 않을 그 여름날 함께 했던 순간들을 가슴에 새겨두겠다는 이 곡은 가슴 시리도록 소중했던 첫사랑 같이 오래도록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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