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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프터썬 Aftersun

     

    영화 애프터썬은 샬롯 웰스의 장편 데뷔 영화로 2022년 개봉하여 수많은 매체로부터 올해 최고의 영화 1위에 뽑혔습니다. 소피는 20여 년 전 아빠와 튀르키예를 여행하며 남겨둔 영상을 보며 아빠와 함께 했던 어느 여름날의 휴가를 기억합니다. 과거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어른이 된 소피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아빠와의 관계를 되새기며 그때의 경험들이 그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글을 통해 제목인 Aftersun의 의미와 감추어져 있던 아빠의 감정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춤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1. After Sun 제목이 의미하는 가족의 의미

    영화 애프터썬은 주인공 소피와 그녀의 아빠 캘럼은 태양이 가득한 여행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Aftersun은 보통 햇볕에 탄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로션을 가리킵니다. 영화 속에서도 아빠는 딸에게 딸은 아빠에게 얼굴에 진정 로션을 발라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서로를 애틋하게 아껴주는 가족의 모습을 담으며 딸과 아빠 사이의 관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헤어진 아빠와 보내는 휴가가 소피에게는 두 사람 간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캘럼이 딸 소피에게 선크림을 발라주는 장면에는 그의 애정과 다정함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햇볕으로부터 딸을 보호하려는 아빠의 노력은 관객들에게 딸에 대한 보살핌과 사랑이 그에게 최우선임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렇게 사랑받은 소피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연결을 상징하는 태양은 아빠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After Sun 즉 태양이 지고 난 이후는 아빠가 함께하지 않는 시간으로 해석되며 함께 하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살아가는 힘이 되어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2. 빛나지만은 않는 아빠의 숨겨진 감정들

    호텔에서 당구를 같이 치게 된 소년이 둘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로 아빠는 젊습니다. 휴양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빠 캘럼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빠에게 햇살이 내리쬐는 휴양지와 대조되는 그런 순간이 오면 어린 딸 소피는 아빠가 충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줍니다. 캘럼은 딸에게는 최대한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고 딸은 아빠의 생일을 위해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축하 노래를 불러줍니다. 하지만 캘럼은 기어이 그날 밤 등을 보이며 그간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받지 못했고 되지 못했던 것들로 인한 우울하고 어두운 감정들을 딸 소피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감정에 대한 힌트는 소피 혼자 무대 위로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있었습니다. 소피는 항상 같이 불렀던 노래를 함께 부르려고 했지만 아빠는 왠지 혼자서 노래하는 소피를 보고만 있습니다. 소피에게 노래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며 타박을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소피가 부르던 곡은 REM의 Losing My Religion이었는데 I don't know if I can do, I am choosing my confessions라는 가사가 캘럼의 상황을 해석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캘럼의 바람과 달리 성인이 된 소피를 보면 결국은 아빠와 닮아 있습니다. 동성의 배우자와 함께 있는 소피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은 왜 아빠가 엄마를 떠나야 했었는지 왜 헤어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었던 것인지 유추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딸에게 무슨 일이든 아빠에게 말해달라던 그의 말이 왜 그렇게 간절하게 들렸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딸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받아넘긴 그 부탁은 의미를 알고 나면 너무도 슬프기만 합니다. 아마 소피는 성인이 되고서야 아빠의 그 간절함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영화 애프터썬을 보며 그런 감정들을 읽어 내려가는 관객에겐 영화가 끝나고도 오랫동안 큰 여운이 남습니다. 

     

     

    3. 마지막 날이니 춤을 출 시간이야 

    캠코더의 영상은 휴가를 마친 소피와 캘럼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화면이 멈춥니다. 그리고 캠코더를 든 캘럼이 주저없이 반대 측 문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영화 애프터썬은 소피가 11살 때의 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캠코더가 캘럼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캠코더는 왜 소피에게 전달된 것인지 그 여행에서 산 카펫이 어떻게 소피의 집에 있는 것인지 영화는 친절하게 얘기해 주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야 영화 중반쯤에 소피가 한 말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녀는 아빠 캘럼에게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이 좋다면서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소피와 캘럼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같은 하늘 아래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을 통과하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어둠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캘럼은 아마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는 딸과 이 여행을 오기도 전에 이미 마음의 결정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여행의 막바지에 여기 더 있자는 딸의 말에 캘럼은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보이는 것은 그들이 찍은 폴라로이드 속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퀸의 Under pressure가 흐르고 캘럼은 딸에게 마지막 날이니 춤을 추자고 합니다.  점멸하는 촬영 효과 속에서 두 사람이 너무도 행복한 얼굴로 마지막 춤을 추는 모습은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듯 보여집니다. 마치 이제 그 당시 아빠의 나이가 된 소피가 과거로 넘어와서 힘겨웠던 아빠를 안아주는 듯했습니다. This is our last dance, This is ourselves라는 가사가 흐르면서 서로를 꼭 안아주는 그 장면은 따뜻하지만 눈물이 날 만큼 슬펐습니다. 아빠 캘럼은 이것이 정말 그들의 마지막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휴양지에서 찬란하게 보낸 이들의 휴가는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끝없는 먹먹함을 남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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